주간동아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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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메이커, 알고 먹으면 ‘효과 두 배’

비만, 탈모, 우울증 치료제 등 다양… 오남용 땐 부작용, 반드시 전문가 도움 받아야

  • < 노환성/ 한국병원약사회장·울산대 의대 약제교수 >

    입력2005-02-15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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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메이커, 알고 먹으면 ‘효과 두 배’
    2차대전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세계 의학계의 최대 관심처가 ‘수명’이었다면 지난 세기의 종반부에 들어서며 본격 대두된 의학계의 화두는 ‘삶의 질’이었다.

    이런 경향은 자연히 ‘생활방식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다양한 기능성 약제의 개발’로 이어져 해당 의약품의 폭발적 인기와 매출로 연결되고 있는데, 이들을 총칭해 ‘해피 메이커’(Happy-maker) 또는 ‘생활개선제’라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기능성 약제이므로 마치 액세서리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장신구 고르듯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약품은 어디까지나 의약품. 최근 일부 환자들 사이에 해당 의약품을 몰래 구입해 남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와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해피 메이커 대다수가 널리 알려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처럼, 원래는 다른 용도의 치료제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현재의 특유한 효능이 발견된 일종의 ‘부산물’이란 점이다.

    제니칼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살을 빼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 이를 충족시킨 약이 제니칼(Xenical)이다. 이 약은 식사와 함께 복용해도 체내의 지방흡수를 억제해 체중을 줄여주는 비만치료제. 스위스 로슈사가 개발했으며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다.



    지방이 흡수되려면 ‘리파아제’란 효소의 도움을 받아 지방이 작은 조각들로 분해돼야 하는데 제니칼은 리파아제의 작용을 차단하여 지방분해를 억제한다. 분해되지 않은 지방은 그대로 배설되므로 제니칼을 복용하면 칼로리가 감소돼 체중이 줄어든다.

    종전의 비만치료제가 뇌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했던 것과 달리 제니칼은 위장관 내에서만 작용할 뿐 전신으로 흡수되지 않아 부작용이 없다. 단 지방이 변으로 배설되므로 지방섭취를 과다하게 할 경우 기름기가 많은 변, 급변, 방귀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복용 초기의 일시적 현상. 오히려 본인이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식습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사의 처방전을 요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복용법은 매우 간단해서 매끼 식사 중 또는 식사 후 1시간 이내에 제니칼을 한 캡슐(120mg)씩 복용하면 된다. 영국 의학잡지에 게재된 제니칼 임상결과에 따르면 이 약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의 혈당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기존 대머리치료제가 머리에 영양분을 공급해 탈모 진행을 지연하는 것과 달리 프로페시아(Propecia)는 머리를 빠지게 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차단하는 약. 최초의 경구용 대머리치료제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시판중이며 2년간 187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83%에서 탈모현상이 멈췄고 66%에서 머리털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됐다.

    프로페시아의 부작용은 복용기간 중 나타나는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 정액 감소. 그러나 실험 대상 중 단지 2% 미만에서 이런 증세가 나타났을 뿐 복용이 끝나면 성욕이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단 임신부가 복용하면 남성태아의 외부생식기에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여성은 절대 복용을 금해야 한다. 복용법은 하루 한 알(1mg)이 원칙. 식후든 공복시에 먹든 관계없다. 물론 하루 한 알 이상 복용해도 약효가 더 빨리 나타나진 않는다.

    푸로작

    우울증치료제 푸로작(Prozac)은 뇌에서 인간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치료원리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100만명에게 처방됐고 98년 한해에만 27억 달러(3조8000억원)란 기록적 매출액을 보였다. 국내 시장규모도 200억원대에 이른다.

    효과 면에서 기존 우울증치료제와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약하다는 게 강점. 또 우울증뿐 아니라 강박증,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공황장애, 심지어 알코올중독에도 효과가 있다. 효과 발생시기는 복용 1주일 후부터.

    푸로작은 대개 하루 20mg 한 알을 복용하지만 과다복용에 의한 신체적 위험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톡스

    통조림 부패시 나오는 보톨리누스균을 미국 앨러갠사가 약제로 개발한 것이 보톡스(Botox)다. 피부근육에 직접 주사하여 지나치게 수축된 근육을 이완해 무리없이 피부탄력을 복원해주는 신개념의 주름살 제거제로 성형외과에서 많이 쓰인다.

    주사 부위의 근육만 국소마비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보톡스는 1980년대 들어 미국 FDA의 허가를 받고 안면경련 등 각종 근육질환 치료에 널리 쓰이다 97년부터는 ‘주름살 특효약’으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체 치사량은 체중 70kg인 성인의 경우 약 30병. 보톡스의 효능은 통상 6개월 정도 지속되지만 주사 후 큰 고통이 없고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전문지식 없이 시술할 경우 안면부 불균형이나 안검하수(눈꺼풀이 내려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질환) 등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보톨리누스균이 만성 편두통 환자의 통증을 덜어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눈썹과 눈, 목부위의 머리 앞, 뒤쪽에 주입한 경우 즉각적인 편두통 완화효과를 보였고 그 효과는 역시 6개월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